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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빵바라 작성일21-02-22 08:37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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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도교육청]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장수 모 초등학교 유부남 교사와 미혼여교사의 불륜행각' 글이 교육청 감사결과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부남 교사와 미혼 여교사가 교내에서 부적절한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최근 장수교육지원청에 감사내용과 함께 징계위를 구성하라고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해당 글이 올라오자 지난해 12월 직접 감사를 진행해왔다. 교육지원청이 아닌 도교육청이 직접 나선 것은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감사 결과 해당 교사들에게 제기된 의혹 중 상당수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부남교사 A씨와 미혼여교사 B씨는 교내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이 모습을 사진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업시간에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애정행각 때문에 현장 체험학습 인솔교사로서 학생들의 안전지도 등 수업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이들이 품위유지 및 성실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장수교육지원청에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해당 교사들을 즉각 분리조치하라고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장수교육지원청은 징계위를 구성해 조만간 이들 교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한 청원인은 지난해 12월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서 "장수 모 초등학교 근무하는 유부남 A 교사와 미혼인 B 교사는 수업시간과 현장체험학습 중 애정행각을 수차례 벌였다"면서 이들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실 안에서 50장 가량의 사진을 찍는 등 교실을 연애 장소로 이용했다"면서 "학생들이 두 교사가 부적절한 관계임을 감지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고도 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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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금호석유화학 본점이 위치한 중구 청계천로 시그니처타워/사진=뉴스1

침묵을 지키던 조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상무 측이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 아울러 주주제안했던 현금배당안의 주주총회 안건 상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지난 21일 박 상무 측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KL파트너스는 "박 상무가 주주제안한 현금배당안은 주총 안건 상정에 어떠한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박 상무 측 주주제안 안건 중 현금배당안이 다음달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일부 언론 관측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 상무는 지난달 말 작은 아버지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측과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6일 회사 측에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사외이사·감사 추천 △배당확대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됐다.

아울러 이달 8일 박 상무 측은 금호석화의 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했고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 상무 측이 회사를 상대로 냈던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심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배당확대 부분이 문제로 불거졌다.

박 상무 측은 기존 주주제안에서 보통주 한 주당 1만1000원을, 우선주 한 주당 1만1100원의 배당금 책정을 요구했다. 이 경우, 금호석화 정관상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50원 더 높게 책정돼야 하지만 박 상무 측은 100원을 더 상향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상무 측 법률대리를 맡은 KL파트너스는 이 부분에 대한 '수정 제안'을 심문 기일 당일 회사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반면 회사 측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취지로 심문을 이날로 종료하되, 당일 즉시 주주명부를 열람케 하는 대신 회사가 내용증명을 확인한 때에 명부를 열람토록 결정했다.

KL파트너스는 "회사는 박 상무가 제안한 우선주 배당 금액이 과거 회사의 이사회 결의에서 정한 발행조건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2억원 가량 초과된다는 이유로 위법한 제안이라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는 회사의 정관이나 등기부등본상 기재에 비춰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고 현재 회사가 주장한 우선주 발행조건은 회사가 등기부에서 임의로 말소시킨 까닭에 주주가 알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우선주 배당금은 보통주 배당금에 연동하는 것이므로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주주제안을 거부할 사유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최근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건에서도 법원은 박 상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관 위반이 아님을 분명히 해 주주명부를 바로 제공하란 취지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정관 부칙에 구형우선주 설명이 돼 있고 또 사업보고서, 분기보고서에 종류주식에 대해 구형우선주라 설명돼 있다"며 "당사는 배당금 계산 오류가 정관과 법령위반이라 밝혔을 뿐, 주주제안이 철회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상무 측에서) 오류를 정정하면 검토하고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 상무 측도 조만간 입장발표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KL파트너스는 "박 상무는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주주제안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주주제안에 대한 자세한 입장과 취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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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기준 변경 후 비(非)휴대전화 급증…전체의 3분의 1차지
시장·소비자 체감과 온도 차…"가계통신비 부담완화 효과 적어"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국내 알뜰폰 시장이 지난해 말 가입 회선 수 900만 시대를 열었지만, 실제 알뜰폰으로 휴대전화를 쓰는 가입자는 작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통계 기준 변경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등 회선이 많이 늘어나면서 900만이라는 기록은 결국 시장이나 소비자 체감과 거리가 있는 '착시효과'라는 말이 나온다.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
왼쪽부터 양원용 KB국민은행 MVNO 사업단 본부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알뜰폰 가입 회선 수는 911만1천285개로 처음으로 900만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는 휴대전화 외에도 각종 IoT 기기와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을 합친 통계로, 이 중 휴대전화 회선 수만 따지면 610만5천517개로 지난해 말 687만229개보다 76만4천712개(11.1%) 감소했다.

일반 사용자들이 주로 쓰는 후불제 휴대전화 회선 수가 331만2천188개에서 344만8천198개로 13만6천10개(4.1%) 증가했지만, 이전까지의 감소세에서 반등해 겨우 전년 중순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단기 체류자들이 주로 쓰는 선불제 휴대전화 회선 수는 355만8천41개에서 265만7천319개로 90만722개(25.3%) 대폭 감소했다.

그런데도 전체 알뜰폰 회선 수가 늘어난 것은 IoT 및 보조 단말용 등 비(非) 휴대전화 회선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비휴대전화 회선 수는 2019년 말 87만9천287개에서 지난해 말 300만5천768개로 212만6천481개(241.8%) 급증했다. 이들 회선이 알뜰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에서 33%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9월 102만1천482개에서 1개월 뒤인 10월 270만6천807개로 늘어나면서 급증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이전까지 일반 이동통신으로 집계하던 커넥티드카 가입 회선을 알뜰폰 회선으로 집계하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계 기준을 바꾼 결과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 회선 수가 증가세라고 하지만 실제 시장이나 소비자 체감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겉으로 보이는 전체 회선 수와 별개로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 없이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부의 알뜰폰 정책 목표도 효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 후불제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주도한 마케팅 경쟁의 결과로서 반길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중소업체들은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모회사 지원에 힘입어 점유율을 계속 높일 경우 알뜰폰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통신 요금 인하 효과와 중소업체와의 상생 등 질적인 내용"이라며 "눈앞의 성장보다 애초의 알뜰폰 도입 취지에 맞도록 내실 있는 성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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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영석 국회의원./사진=윤영석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윤영석(경남 양산 갑)의원이 최근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검찰 인사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태는 박 장관의 '인사농단'이며 '하극상'이다"고 직격했다.

앞서 박 장관은 최근 이성윤 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독단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른바 '패싱'했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결국 신현수 수석이 취임 한 달 반만에 사의를 표명하게 된 배경으로까지 확대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윤 의원은 이날 "박 장관이 문재인 정권의 임기말 레임덕을 막으려는 무리수로 검찰 인사가 엉망이 되고 있다"며 "대통령마저 패싱한 박 장관의 무리한 검찰인사? 무엇을 위한 폭거인지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장관은 신현수 민정수석과 협의 없이 검찰 고위간부(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해 '인사농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는 검찰인사의 최종 결재권자인 문 대통령마저 패싱하고 쿠데타적 인사폭거를 자행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하극상(下剋上)"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박 장관의 이같은 무리수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 조작사건,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은 물론, 친문 검사들이 모조리 엮인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한 비리사건 수사를 뭉개려는 방탄검찰 만들기로 빚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마저 패싱하고 만들려고 한 쿠데타적 방탄검찰은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 장관 자신을 포함해 각종 범죄와 비리 혐의에 연루된 정권 실세들의 보위를 위해 대통령을 겁박하고 이용한 것은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 박 장관은 '쿠데타적 검찰인사 폭거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고백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 이어 박 장관까지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닌 문재인 정권 실세의 보위를 위한 검찰을 만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과 장제원 의원 등은 논평과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 조율 과정을 대통령과 결부 짓지 말아 달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반박하며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신현수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7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데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를 떠났다. 신 수석은 22일 출근해 향후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임승제 기자 moneys42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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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떡 덕분에 시작한 문고리 펜팔, 저도 '옆집 친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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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희 기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너무 좋아하는 에세이이다. 학창 시절에 유행이었고 암송도 했었다. '저녁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나는 이 대목을 제일 좋아한다. 옆 동에 사는 엄마한테 가서 저녁 얻어먹고 왔다는 친구가 제일로 부러운 이유이다. 나는 부모님이 멀리에 사시기 때문이다.

벌써 대략 20년 전의 유명한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는 가까이 지내면서 여차하면 뭉쳐 위로와 축하와 응원을 해주는 잘나가는 뉴욕의 네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구관계의 한 모습이라 굉장히 재밌게 보았었다. 국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멜로가 체질>, <디어 마이 프렌즈> 역시 가족보다 더 끈끈한 우정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인생 드라마들이다.

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대략 16개월 전이다. 두세 달을 누워만 지냈다. 누워만 있는 상태로 지내는 일상은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삶의 질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다. 누워서 책 한 장 넘기기 힘든 무기력도 그런대로 버틸만했지만, 제일 힘든 것은 사람이 그리운 것이었다. 건강하지 않고 보니 나의 정체성이기도 한 이 싱글 비혼주의의 쓸모를 심히 고민해봐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멀리서 엄마가 다녀가곤 했으나 대부분 혼자 지냈다. 근처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 한 번씩은 벌써 다녀갔다. 여기 내 집안까지 찾아와 수다 떨어줄 친구가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반백 년이 다 돼가면서 어린애같이 무슨 친구 투정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땐 그랬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만나게 되던 아파트 이웃들에게 지극히 무심했던 것마저 저절로 반성이 되었다. 여하튼 나만 필름이 16배속으로 느리게 돌아가는 무성영화처럼 사는 것 같았다.


▲ 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밖에 잘 나가지 못하고 두세 달을 누워만 지냈다.
ⓒ pixabay


생전 나한테는 없을 우울증이란 걸 처음 느꼈다. 19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 날, 그 무서운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창 밖에 설치돼 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세어보니 대여섯 개가 훌쩍 넘었다. '저기에 머리통이 먼저 부딪히면 얼마나 아플까' 하면서 문을 부리나케 닫은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베란다 창은 열지 않았다.

역시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어, 나한테는 아무도 없구나, 내가 여태 뭐 하고 살았나 하며 한없이 침잠해지는 와중에도 내 허리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복대를 착용하고 아파트 근처 걸음걸이가 가능해졌다. 공기도 좋았지만 사람 구경이 너무 좋았다. "얼마예요?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아파트 상가에서 우유 하나를 사고도 사람 만나서 좋다고 속으로 감격했다.

외출이 조금 수월해지니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왔다. 한반도 전 국민의 집콕 생활이 시작되었고 사상 초유의 답답함에 멀리 전화선 너머로 친구의 곡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야. 너 겨우 일주일 못 나가는데도 그 정도지? 난 벌써 네 달 전부터 자가격리였어. 내가 얼마나 죽겠었는지 알겠지 않냐?" 답답함 배틀에서 내가 이겨 버렸다.

어느 날, '3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떡을 가지고 갔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3호에 이사 왔어요."
"진짜요? 언제요? 나 노상 집에 있었는데, 암튼 다시 주시면 안 돼요? 저도 떡 주세요~."

바깥 운동하기 좋은 봄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새댁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내 대답은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고 얼른 서로 가야 될 길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문이 닫힐 때인가 나는 손까지 덥석 잡고 말았다. 이런 무례할 데가 있나. 진짜 나를 떡 못 먹어 환장한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또 기대도 했다. 요즘엔 눈 씻고 찾아도 힘든 이사떡을 돌리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테니까.

이틀 후 아파트 문고리에 작은 가방이 걸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3호예요'로 시작하는 예쁜 메모에 떡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써주었다.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보답이 될 만한 게 뭐 있나 집을 둘러보니 마침 저만치 와인 한 병이 자신이 선택될 걸 아는 것처럼 나와 눈이 마주쳤다.

"떡 고마워요. 이거 드세요. 저는 혼자니까 언제든 커피 한 잔 하시러 오세요."
"네, 이삿짐 때문에 집이 엉망이라 들어오시란 말도 못 하네요. 짐 정리 다 끝나면 차 한 잔 해요."

그렇게 짧은 두 번째 만남이었다. 시작이 좋다. 어디서 이사 왔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강아지 짖는 소리가 나던데, 어떤 강아지인지? 현관문에 서서 그 질문을 다 해댈 수는 없는 일이고 초면이나 다름없는데 "제가 아파트 친구가 필요해요. 저랑 친구 하실래요?" 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났다. 이젠 어쩐다? 어떻게든 천천히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싶었다. 식빵을 샀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보편적인 먹거리라 부담 없이 딱이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3호님. 식빵이 많이 있어서요. 커피랑 맛나게 드세요.' 일부러 샀다는 티를 안 내도록 쓴 메모도 넣었다. 복도를 지나 3호 문고리에 걸어놓고 왔다.

얼마 후 또 내 문에 작은 가방이 걸렸다. 내가 혼자 산다고 해서인지 밑반찬이 들어있었다. 생선 다음에는 나물무침. 족족 먹어 치우는 음식만큼 내 벽에 붙은 그의 메모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길어졌다. '손글씨 쓰는 감성도 어쩜 이렇게 나랑 비슷하지' 하며 혼자 설레발을 쳐본다.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 아파트 친구와 펜팔 내 벽에 붙은 메모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길어졌다.
ⓒ 황승희


그렇게 몇 번을 더 오작교 건너듯 아파트 복도를 넘나들며 문고리 펜팔을 했다. 서로 연락처를 아직 모르니 이게 최선이었고 나름 즐거웠다. 복도에 정리 안 된 이삿짐들이 지난번보다는 많이 줄어 보였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수줍은 노크 소리에 문을 여니 과일을 들고 3호님이 배시시 웃으며 서 있었다. 우린 드디어 제대로 만났다. 이삿짐 정리가 오래 걸릴 만한 사연,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온 가족이 유례없이 집에 있다 보니 끼니를 해대느라 이래저래 짬이 안 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호님이 새댁 같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워낙에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인 걸로 하고, 우린 두 살 차이라 그냥 '친구'를 하기로 했다.

친구는 처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손 잡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린 친해지는 데 하루면 되었다. 친구의 강아지와 나의 고양이도 상견례를 마쳤다. 그는 몸이 아플 때는 영양제를 사주었고, 반찬은 여전히 맛있었다. 나는 부엌 살림을 잘 안 하니 농산물이 생기면 살림하는 친구에게 줄 수 있어서 좋다.

벌써 내가 첫 떡 가방을 받은 지도 일 년이 되어간다. 요 며칠 설 명절 기름 음식을 장만하느라 내내 느끼했을 친구를 생각하니 얼큰한 게 떠올랐다. "짬뽕 먹자"는 한마디에 친구는 한걸음에 건너왔다. 유안진의 글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는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 또한 그 사이 내 허리가 회복되는 걸 다 지켜봐 준 친구다.

펜팔도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옆 동에 엄마 산다는 친구가 이젠 부럽지 않다. 내가 꿈꾸던 지란지교를 이룬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현대인들은 사생활 때문에라도 일부러 옆집 누가 사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이 관계가 정답게 유지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홀짝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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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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